1.
이큐(一休)스님이 방랑을 하다가 하루는 어느 절에 머물게 되었다. 너무 추워서 불을 피우고자 했다.
그런데 절 안팎을 아무리 뒤져봐도 땔나무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러자 이큐는 나무로 만든 불상을 쪼개어 불을 지폈다.
곤히 잠든 주지는 뭔가 타는 소리와 이큐가 돌아다니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주지가 눈을 뜨고 이큐가 있는 곳을 내다보았다. 순간 그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스님이라는 작가가, 그것도 고승이라는 사람이 그런 짓을 할 줄이야!
주지는 잠자리를 박차고 나와 이큐에게 달려갔다.
"감히 부처님을 태우다니, 이게 뭐 하는 짓입니까?" 그러자 이큐는 나뭇가지를 들고 불 속을 뒤졌다. 불상은 이미 재로 변한 상태였다.
주지가 따지고 들었다."뭘 찾고 있는 겁니까? 아무것도 없잖아요!"
이큐가 말했다."부처님 사리를 찾고 있는 중이오."
어이가 없어진 주지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이 양반 미쳤구먼. 나무로 만든 불상에서 무슨 사리가 나온단 말이오?"
그러자 이큐가 이렇게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나머지 불상 두 개도 마저 가져오시오. 밤이 너무 길고도 춥지 않소.
내 안에 있는 부처가 불을 좀 쬐어야겠소.
이 불상들은 나무 조각에 불과하니 염려하지 마시오.
이 진짜 부처가 온기가 필요하오.
사리도 나오지 않는 부처는 태워도 괜찮소."
2.
이큐 스님이
산길을 가는데 숲에서 불쑥
웬 놈이 튀쳐나와 물었다.
"불법은 어디 있는가?"
이큐 섶을 풀며 답한다.
"여기 있다"
웬 놈이 칼을 들이대며 말한다.
"그래? 그렇다면 배를 갈라
참 불법인지 확인하리라."
껄껄껄 웃는 이큐
"해마다 피는 벚꽃
벚나무를 갈라보라.
거기 벚꽃이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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