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울고, 꽃이 핍니다.
(꽃 피고 새 우는 것이 아니라, 새가 먼저 울고 꽃이 피더군요.)
집 베란다에 군자란은 벌써부터 주홍색 꽃다발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요 며칠 볕이 좋더니 매화와 산수유가 피고 목련촉이 영글었습니다. 매화와 산수유가 피었으니 이제 목련, 개나리, 벚꽃, 진달래도 피겠지요.
꽃들은 서로 다투지 않고 조용히 제 차례를 기다립니다. 그리고 늘 그랬듯 저만의 봄을 피워내겠지요.
매화꽃 사이로 윙윙 벌들이 분주하게 돌아니고 있습니다.
굼뜬 길냥이들의 움직임도 오늘은 가벼워 보이는군요.
연근해로부터 봄이 지천으로 밀려들고 있음을 직감합니다.
겨울옷들을 정리해 세탁소에 맡겨야겠습니다.
계절이 옷을 갈아입는 걸, 아는 나이가 싫지 않습니다.
산책 중에 아내가 뜬금없이 주머니칼이 있냐며 묻습니다.
생뚱맞은 표정인 나를 향해 샐쭉대더니, 이내 활짝 웃고는 저쪽에서 쑥을 캐고 있는 아주머니를 바라보네요.
바야흐로 봄인가 봅니다.
'사색 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는 모두 섭리를 따라 갑니다. (3) | 2025.05.01 |
---|---|
그냥, 살고 있습니다만 (1) | 2025.03.19 |
게으름을 향해 (2) | 2025.03.08 |
슴슴한 맛 (2) | 2025.02.19 |
성(城) (1) | 2025.0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