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함께 일하는 총무녀석이 점심을 먹다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웬 황당한 시츄에이션!
나는 평소 여자들이란 갑자기 울음보가 터질 수도 있다는 걸 알기에... 자세히 묻지 않았다..
같은 자리에 있던 다른 사람이 왜그러느냐는 물음에 25세의 총무는
갑자기 인생이 갑갑해진다는 것이다!
엥! 이 뭐꼬? 앞이 창창한 젊은 25세가 뭐가 그리 갑갑할까?
하지만 나 자신도 그때는 그랬을지도 모르기에 잠자코 있었다...
남자 친구때문인가? 우리 사원하고 안좋은 일이 있었나? 아니면 그날?이 었던가?
그리고 몇 시간이 흘렀고... 퇴근시간이 가까워졌을 무렵
지나가는 말로 총무님 상담합시다 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왠걸 심각한 얼굴을 하고... 상담실로 먼저 가는 게 아닌가?
제가 정말 무슨 일이 있긴 있구나!
자초지종을 들어 보니 고민의 요지는 "돈" 이었다...
월급도 그리 많지 않은 녀석의 소비패턴은 심각했다...
그야말로 지름신이 강림했던 것이었다..
그렇다고 그 녀석이 정말 심각하게 펑펑쓰고 다니는 것도 아니다.
아! 일단 놀란 표정을 연출하며 우선 따끔하게 혼을 냈다.. 잠자코 듣더니 급기야 눈물까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하는 녀석에게 부채 상환계획을 들려주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려주고... 1년 안에 부채청산 비젼을 제시하니... 안심을 하는 눈치였다..
그리고 재정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꾸려나가야 할지 반복해서 강조하고.... 그러다보니 시간이 흘렀다.
그 녀석은 앞 일을 생각하니 캄캄했다고 했다.. 심지어,
심각하게 생각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자살까지도 생각해보았다고 말했다...
아!
다시 열심히 비젼을 제시하고, 녀석의 "제가 그렇게 할수 있을까요?" 라는 말에
충분이 1년 안에 달성 가능함을 확인 시켜 주자
녀석은 정말 고맙다는 이야기를 반복해서 했고,
시계는 벌써 퇴근시간을 가르키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상담을 하고 난후 내 마음은 좀처럼 차분해지지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시골의사 박경철' 블로그로 가서 구슬픈 "베토벤의 현악 사중주"를 들으며,
지친 내 마음을 잠시 추스르며, 이 글을 쓰게 됐다...
오늘 공병호 박사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보았더니...
그는
단 10분이라는 자투리 시간이 남아 노트북을 켜고 자신의 홈페이지에다 글을 적는다며...
한 주제에 대해 예를 들며 이야기를 꺼내다가 마무리를 짓더니
마지막에는 "이 글을 쓰고나니 9분이 지나갔습니다."라는 문장으로 끝을 맺고 있었다..
헉! 아! 그는 얼마나 알뜰한 사람이며 또 얼마나 멋진 사람이란 말인가?
단 10분도 아니 1분도 허투로 쓰지 않는 그는 진정한 시간 부자인 것이다...
총무의 경우, 돈을 아끼지 않아 발생한 일이다..
그러나 시간을 아껴쓰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쩌면 더 심각한, 더 무서운 상황에 봉착하게 될지도 모른다.
공병호 박사의 마지막 문장을 보면서 참! 대단한 사람이로 구나! 하고 무릎을 쳤다...
그는 마지막 1분을 남겨두고 쓰기를 그만두었다
나머지 1분은 아마 노트북을 끄고 가방에 집어 넣고 약속된 스캐줄을 향해 가기위한 마음의 준비를
위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저녁 7시가 되었다...
늦었지만 이제 퇴근을 서둘러야 겠다..
1분을 아껴쓰는 실력은 없지만 30분을 아껴쓰고 있으니
언젠가는 1분도 아끼게 될 것이다..
그때 나는 공병호 박사처럼 시간 부자가 되어 있을 것이다...
돈이 됐건, 시간이 됐건, 사람이 됐건,
가난은 어디가서 자랑 할 것이 못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