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대희! 중학교 한때,
국어선생님으로 부터 "원대"라고 불렸으며
영어 이름으로 "과거의 어느 날"인 oneday라고 써도 되는 녀석
이놈 사진이 없네... 참!
예나 지금이나 참! 이 녀석 엉뚱한 녀석이다..
중학교를 들어가고
현욱이와 같은 반이었던 대희를 만나기 전부터 원대희라는 이름 석자는 알고 있었다.
1학년 1학기 최초 테스트에서 원대희는 360점 만점에 360점을 획득했고... 그 정리를 내가 했었다.
어라! 하나도 안틀렸네... 만점이네 만점... 뭐 이런 자식이 다 있어?
나는 대희의 성적을 보며, 완전무결한 마치 신의 경지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니까 원대희라는 이름 석자에 좀 질렸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친구가 현욱이를 괴롭히기 시작했던 거였다.. 현욱의 뒷자리에 앉았다는데...
시도 때도 없이 장난질을 해서 현욱이가 신경질을 낼 정도였다...
그렇게 어떻게 어떻게 하다보니 대희와도 안면을 트게 되었는데...
첫인상을 말하자면... 상상했던 것처럼 만점짜리 학생답지 않게 산만하다는 것,,, 그리고
웬지 가식적인 듯한 시건방... 그러니까... 은근한 시건방이 아닌...
어울리지 않는 시건방이라고 해두자..
하여간 딱이 내 맘에 드는 구석이 없는 녀석이었다...
그런데... 이놈하고 나하고 현욱이랑... 1학년 2학년 3학년 내내 붙어 다니는 단짝이된 것이었다..
이놈과는 잊을 수 없는 추억하나가 있다... 대희의 집이 오동동 어디쯤이었는데...
일주일에 현욱이와 함께 대희집 쪽으로 두세 번씩 걸어 내려 갔었다.....
그리고 현욱이과 나는 대희집 까지 갔다가 오동동이나
창동 쯤에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곤 했었다.
(물론 대희집에 들르게 되면 라면이나 떡뽁이을 맛있게 먹기도 했다.)
창신중학교와 대희집으로 가는 길에는
육호광장이라고 불리는 곳이 있었는데...
당시 그곳에는 포장마차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더랬다.
그 중 한군데가 우리가 자주가는 소위 당골이었다...
중학생 주머니를 생각하면 당골이라는 말이 우습긴하다, 그래도 자주가면 당골이지 뭐..
하여간 우리들은 그곳을 지나칠 때마다 포장마차에 들러
한사람 당 200원너치의 떡복기를 먹었던 것 같다..
사실 우리가 좋아 했던건 떡복이 보다 국물과 함께 넣어주는 당면,,,
아줌마는 우리에게 떡복이보다 오히려 당면을 더 많이 넣어 주었던 것 같다..
그때를 생각하니 지금 군침도네.. 없는 용돈에 서로서로 갹출하여 먹었는데...
그래도 돈을 먼저 많이 내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대희였다...
대희는 우리에게 떡복기를 사줬더랬다.. 생각해보니 고맙네.
예나 지금이나 돈질은 잘하는 녀석이다.. 무턱데고 돈질하는 것 같짘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대희는 돈을 잘쓴다.. 써야할 때를 안다고나 할까...?
하여간 그렇게 대희와 나는 친해지기 시작했고...
여느 공부 잘하는 녀석 답지 않은 점이 부담스럽지 않아 좋은 녀석이었다.
현욱이 재미있게 엉뚱했다면
대희는 참, 놀랍고 당혹스러울 정도로 엉뚱한 녀석이었다..
어느날인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창욱이 니 이름으로 여중학교에 편지를 보냈으니까.. 혹시 여학교에서 연락 올지도 모른다."
순간 짜증을 팍내며 뭐야! 뭐 이런 놈이 다있어? 싶었다.
대희는 장난을 해도 스케일이 달랐다.. 아니 정도가 좀 심했다고나 할까...
예를 들면 여학교에 편지를 보낸다던가..수업시간에 소설을 쓴다든가..
봉환이라는 녀석과 엉뚱하게도 결투를 신청한다던가..
하여간 엉뚱한 녀석이었다..
이걸 딱히 표현을 하자면 글세... 현욱과는 달리 뭔가... 자연스럽지 못한 억지스러운 느낌이 있는..
그래도 재미있을 때는 정말 엉뚱하게 재미있는 친구였다.. 이놈때문에 엉뚱한 추억도 많으니까..
예를 들면 고등학교때 대희랑 형욱이랑 영근이랑 나랑 부산 태종대에 놀러갔는데..
이놈이 일본어 좀 한다면서 제일교포 행세를 하기 시작하는 거였다.. 나도 장단을 맞추어줘서
모르는 여자아이들에게 제일교포 친척이라고 속이고 그네들과 잠시 놀았던 기억도 있다.
그렇게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고 우리는 중2학년이 되었고,
대희와 나는 운좋게? 같은 반으로 배정을 받았다. (그때 나, 대희, 영근이가 같은 반이었다.)
처음 그놈이 같은 반이라는 걸 알았을 때는 친한 놈이 있으니 기분은 좋았다. 근데
다른 반으로 있을 때와 같은 반으로 있을 때는 좀 달라보였다.
왜냐하면 그놈의 행동 하나하나가 속속들이 보였으니까..
2학년 4반이었던가? 그 때, 대희는 정말 장난도 잘치고 수업시간에도 엉뚱한 녀석으로 유명했었다.
같은 반이 되고 얼마지나지 않아 대희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영.. 맘에 안들고 좀 이상한, 이해안가는 구석이 있는 녀석이라는 거다..
대희는 2학년이 되자, 지각을 밥 먹듯 했다.. 오늘도 지각 해서 욕먹고 내일도 그 모래도... 또 욕먹고..
그래도 대희는 꿋꿋하게 계속해서 지각을 했다...
오히려 지각을 않하는 날이 이상한 날이었다. 그러면서도
대희는 주눅드는 것이 없었다. 늘 웃으면서 선생님에게 말도 안돼는 지각 사유를 갖다 붙이곤 했다.
처음에는 이런 대희를 보는 것이 안타까웠으나, 나중에는 저 녀석이 왜 저러나 싶고, 짜증나고
솔직히 같은 친구로서 이런.. 놈이 마땅치 않았다..
거기다가 도시락은 싸오지 않는 날이 많았고.. 밥하고 반찬은 얻어 먹고 다니고..
어쩌다가 반찬을 사온다는 것이 오징어 튀김, 고구마 튀김같은 종류의 반찬이었다.
당시 대희 어머니가 분식점을 하셨는데.. 그걸 싸가지고 오는 것이었다.
나는 친한 친구녀석의 이런 모습을 보니까...성질이 못된 나는 짜증이 팍 나는 거 였다.
거기다가 반 친구녀석들도 대희를 별로 안 좋아하고... 하!
친구들에게 인정받는 모범생이기 보다는
그저 친구들이 좀 싫어하는 공부만 잘하고 좀 이상한 녀석처럼 보였던 것같다.
사실 대희에게는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 당시 대희는 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정말 어려운 시기였던 모양이었다.
그래도 나름데로 씩씩하게 주눅들지 않으면서 학교생활을 해냈다고 생각하면
정말 대희는 어려운 시기를.. 하기사 대희가 어렵지 않은 시기가 있었던가 싶기도 하네..
하여간 민감한 예민한 사춘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것 같다.
당시 대희는 이런 친구였다..
대희는 예쁘장하게 생겼다..
생일은 (74년 1월 생) 늦지만 누나들이 있었던 관계로 겉 멋은 늘어서
우리 친구들 중 제일 먼저 발랑 까지기 시작한 아이었다... 그렇다고 나쁜 쪽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술을 마신다거나, 화투를 친다거나, 포커를 한다거나, 여자친구를 사귄다거나
연애편지를 보낸다거나, 길거리에 다니는 여학생에게 무작정 말을 건다거나...
이런 것은 대희가 제일 먼저 시작했고, 나는 그럴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대단해 보였다..
이런
대희와의 사귐도 현욱처럼 각기 고등학교를 달리 가면서 약간 소원해지게 된다.
그러다가 대희는 아마 고등학교 2학년 말에 소설을 하나 쓰게 된다.
하기사 중학교때부터 단편적인 소설은 수업시간에 이미 글쩍 거렸더랬다.. 근데.. 용기있게
출판사에다 원고를 보내고, 그게 덜컥 채택이 되어서
소설로 출판된 것이다...
당시 대희는 정말 대단했다.. 고등학생이 장편소설을 썼다는 것... 그는 마산 창원지역에 스타였다.
책 제목이 "지금 우리는 사랑하고 싶다"
집에는 대희의 친필싸인이 들어 있는 이 책이 있다... 대학교때에 다시 한번 읽어 보았는데...
재미있었다..
그 당시에 나는 이친구가 얼마나 자랑스러웠는지 모른다... 공연히 이런 친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쭐해지곤 했다.
그해 겨울인가 대희 덕분에 현욱이와 나는 출판사 측의 부름을 받고 크리스마스 이브날..
서울에 있는 아마 이름이 리버사이드 호텔이었던가... 하여간 별4개짜리 호텔 부페에 가서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또 이 소설이 영화화가 되면서 당시 최고의 스타였던 안정훈(지금은 조연급이지만 당시만 해도 대단했다)
까지 마산 3.15극장에서 봤다... 그날 대희 덕분에 희성이 친구들이랑 소개팅도 했고...
참! 이쯤에서 희성이 이야기를 빼놓고 갈 수 없을 것 같다...
앞서도 대희는 뭐든 빨랐다 고 말했지만
이성에 눈을 뜬 것도 빨랐던 것이다... 고등학교때 한번은 길에서 본 마음에 드는 여자아이를 찾기위해
여학생이 다니던 학교 교무실 까지 찾아가서 어떻게 둘러댔는지... 인적사항까지 알아낸 적도 있었다..
한마디로 겁이 없는 건지 미친 건지 모르겠지만 옆에서 보기에는 존경스러울 정도였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2학년 쯤 3학년 쯤인가... 장마철 여름이었다.. 우리 친구들이 모인자리에서
예쁘장한 여학생이 나타난 것이었다..
순간 대희는 아! 하고 감탄사를 내뱉더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그 여학생과 이야기 하는가 싶더니.. 우
리와 합석을 시키는 거였다..
당황한 우리친구들,,, 그때까지 또래 여자하고는 제대로 이야기도 나눈적 적없는 수컷들이었기에...
당황스러움이란,,,
이게 전희성과의 최초의 조우였다.
대희가 희성이와 만나게 된 사연은 이렇다.
평일.. 어느 날 우리의 원대희는 우산도 없이 비를 맞고 걷고 있었다... 이유는 알수 없지만
버스는 타고 가야 겠는데 주머니에 돈이 없던 대희는 옳다구나 싶어 우산을 받쳐든 여학생에게
불쑥 승차권 하나만 빌려 달라고 한다. 다음에 갚아 준다면서...
이게 꿩먹고 알먹는 작전 아닌가.. 승차권 빌리고 여자친구도 사귈 기회도 갖고..
하여간 당황한 여학생은 우산을 대희쪽으로 받쳐주면서(왜 그랬을까..? 불쌍했나.. 아니면 관심이 있었던
것일까.. ) 승차권을 빌려주고
다음 주 일요일에, 즉 우리 모임이 있던 날, 그날 우리는 희성이를 보게 되는 것이다.
참! 희성이 이야기도 하려면 많을 것 같다...!
그후 대희는 희성이와 뜨거운지 싱거운지는 모를 그런 교제를 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우리와 희성이는 자주 만나게 되고
머리가 뛰어난 대희는 서울대학교에 합격을 하게 되고...
학교를 들어갈 때는 아마 수석 비스무레하게 한 것 같았는데
나올 때는 겨우겨우 졸업을 했다.. 웃긴 놈!
어려운 형편에도 과외를 하며 학비와
생활비를 벌게 되고.... 지금 생각해도 참 대단한 녀석이다...
예나 지금이나 존경스러운 놈!
새하얀 피부에... 살은 통통... 겉으로 보기엔 스트레스 없을 것 같고, 아직도 옛날 그 기질은 남아 있어
가끔 엉뚱한 짓을 하고.. 친구들에게 돈 씀에 있어... 내색하지 않고 잘 쓰고...
스스로 일구어 낸 가정에... 열심히 열심히 살아가고..
이제는 어엿한 사장님이 되어 돈 잘벌고..
실제로 그렇지 않은데... 74년 1월 생인데도
빠르다! 결혼도 빨리 했고... 얘도 빨리 낳았고, 집도 빨리 샀고...
대희 얘기를 하려니 결론을 못네겠네...
사실 결론을 못내서 못내는 게 아니다... 할 말은 무수히 많이 장착되어 있다.
하지만 내가 입떼면 곤란해 지는 에피소드들이 너무나 많지 않겠나..
현욱이도 개인적으로 내게 그러더라, 우리 집사람이 잘 읽고 있다면서
근데, 부디 자기에 대해 좋은 말만 써달라고... 하더라.
대희야 너도 그러냐! 아니겠지..? ^ ^
하여간 나는 지금 이놈이
멋진 놈이라는 이야기 하고 싶은 거다.
그리고 또 이놈이
20년 넘게 만나고 있는 내 친구이며
아직도 진행형인 내 친구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