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 조재현, 오정해
감독: 임권택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
언제 극장에서 상영했는지도 모르는 사이
비디오 대여점에는 천년학이 자리 잡고 있었다.
작가 이청준의 세소설(선학동 나그네, 서편제, 소리의 빛)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이 영화는
서편제와 주인공들의 이름도 꼭 같고..동호와 송화.. 거의 같은 흐름을 지니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면 서편제의 쌍둥이 혹은 배다른 형제라는 느낌 마저도 있었다.
이 주제의식도 서편제에서 제대로,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못했던 누이와의 사랑을 드러내어
어쩔수 없는 애틋한 '한'을 깊히있게 들어가 이야기하고 있다.
소리에 한이맺힌 아버지, 가난이 지겨워 도망간 남동생, 그리고 그 동생을 그리워하는 눈먼 소리꾼..
그 누이를 찾아 반평생을 헤메이고 다니는 남동생.. 사랑했지만 남매로 맺어져 어쩌지 못하는 두 연인..
영화를 보고 있으며 서편제를 떠올릴수 밖에 없었고...
임권택감독은 서편제에서 했던 이야기에 아직도 미련이 남아 있단 말인가?
그도 아니면 판소리에 대한 애정인가? 아니면 "한"에 대한 집착인가?
같은 이야기를 되풀이 할만큼 가치가 있었던 것일까?
라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그리고 영화를 다보고 나서 찹찹한 마음이 되었다.
이미 알고 있는 뻔한 구조의 영화였지만 영화 속 정서는 재미있었고
마음은 잔잔해지며 차분히 영화를 되새김할 수 있었다.
서편제에서 나도 모르게 감정에 북받쳐 펑펑 울었다면
천년학은 서편제에 비해 시점이 다분히 냉정을 잃지 않는 관찰자가 되어있었다.
감독은 어쩌면 이 영화를 통해 서편제에서 애끓는 감정을 더 잔잔하게 누그리고자
천년학에 메가폰을 잡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 이 영화에 대한 나의 감정흐름은
배창호 감독의 "사랑" 이라는 영화와 비슷했다.
차분한 그러나 잔잔히 밀려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