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 블로그에는
바흐의 골드베르그 협주곡이 흐르고,
나는 무심코 자판을 토닥거리고 있다.
그러면서 안락하고도 사치스러운 여유를 만끽하고 있다.
사치라는 단어에는
좋은 느낌보다는 부정의 느낌이 더 진하게 베어져 나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은 사치를 꿈꾸지 않던가?
좋은 자동차를, 좋은 집을, 멋진 홈시어터 장치를, 멋진 여행을 꿈꾸고 실천에 옮기는 것은
지금 가진 것에 비해 어느정도의 사치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사치의 정점에는 예술이 있지 않나 싶다.
처음 예술이 등장한 것도
아마도 배부르고 등따신... 정신적 물질적 잉여 속에서 탄생한 것이지 않겠는가?
원시 조상들이 저녁 불가에 빙 둘러앉아 고기를 구워먹고..
포만감에 가득찬 눈으로 그들 앞에서 살랑거리는 불길에 앞에서 손을 벌린 채
무념무상의 눈길을 던지고 있는 광경을 한번 상상해보라.
그러다가 누군가는 땅바닥에 아무렇게나 그림을 끄적거리기도 하고,
뼈조각으로 통나무에 장단을 두드리기도 하고,
동물 울음소리 같은 것을 내기도 하고,
가까운 선조들의 이야기를 환상처럼 쑥덕거리기도 할 것이다.
모닥불 주위로 이글거리는 불 그림자와 사람들의 그림자가 얼룩얼룩 교차될 즈음에
어디선가 컹컹컹 들려오는 늑대 소리에 일순간 정적이 감돌고,
불길에 탁탁탁, 나무가지 튀는 소리만이 정적을 깨뜨릴 것이다.
바로 그때,
부족에서도 제법 용감한 젊은이 하나가 불쑥 일어나
순식간에 모닥불을 뛰어넘으며 괴성을 질러대며 흡사 발광하는 듯
춤을 추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면 가더렸다는 듯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불 주위에서 북을 두드리고 괴성을 질러대며 몸을 흔들어 댄다.
내 상상 속에 음악의 뿌리는 이렇게 시작되고 있다.
그리고 시간은 흐르고 흘러, 생각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며
음악이라는 이름을 달고 위대한 예술이 되었다.
미술, 문학, 건축, 영화, 연극, 음악, 사진 등의 예술 장르가 있지만
적어도 내겐 음악이 가장 심오하고 크게 여겨지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예술인 이상.. 美에 대한 예찬이야 두말 할 것 없고.. 나아가
음악이 지니는 순간성과 고저와 장단의 리듬에 의한 반복성에 의한 중독,
같은 곡일지라도 연주자와 악기에 따른, 그리고 그 곡을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다양한 음악의 맛,
음율과 가사를 쫓다보면 어느새 추억의 한자락이 내 앞에서 어른거리게 만드는 상상을 자극하는 힘,
기쁨과 슬픔, 노여움, 즐거움 등의 원초적 감정이 전해지는 속도가 다른 예술에 비해 빠르고 명확함.
등을 들 수 있겠다.
쳇!
쓰고보니 더이상 음악에 대한 사색이 여기서 콱 틀어 막히는 걸 느낀다.
음악에 대한 사유에 대한 쓸슬한 한계를 느끼며 아래의 문장으로 자위를 해본다.
음악이 좋은 이유를 무슨 말로 주저리주저리 표현하기에는 한참 부족하다.
그냥 들으니까...
꼬집어 설명할 수 없지만 그냥 좋은 거다.
한 순간에 내 감성에 착 달라붙는 음악 하나는
때론 아내보다 묵은 친구보다도 더 쉽게 내게 다가오고
나도 그들에게 더 쉽게 마음을 내주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음악은 우리처럼
쭈빗쭈빗 눈치보지 않고 한 대상에게 다가서는 일방적인 힘이 있기 때문일 것이라.
음악이 흐르고
청력이 상실되지 않은 이상,
우리는 일방적으로 음악이 전달하는 감정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음악은....
그저... 음악인 것이다.
'사색 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택과 책임 (0) | 2008.02.12 |
---|---|
요즈음 영화 (0) | 2008.02.02 |
열심히 산다. (0) | 2008.01.28 |
노년에 필요한 것은 (0) | 2008.01.23 |
세상은 좁아 졌다. (0) | 2008.0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