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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영화

일주일에 적어도 2편 정도의 영화를 보는 편이지만 근자에 들면서는

기억에 딱 들어 앉은 영화들이 예전보다 크게 줄었다.

 

처음에 나는 내 기억력을 의심했다. 재미있게 본 것 같은데도

도무지 영화의 줄거리가 기억나지 않는 것이다.

참 나! 

예전엔 영화에 대한 기억이라면 스스로 대단하다 싶을 정도로 짱짱하던 나였는데 말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기억력도 떨어지는 것일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요즈음 정신없이 일을 하다보면

1초 전에 무언가 떠올라서 자리에 일어섰는데...  다른 일이 생겨서 잠시 한눈을 팔면...

애시당초 무슨 일로 일어났는지를 깜빡깜빡 할때가 간혹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기억의 한계일 뿐이란 말인가?

그러고 보니 생각나는 하나가 더 있다. 

사람의 기억은 관심도에 따라 현저하게 증폭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무슨말인고 하니... 예전엔 지금보다도 훨씬 영화에 대한 관심도가 높았다.

정말 영화라면 죽고 못 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시나리오 작가나 감독이 되어야 겠다고 맘을 먹었던 터라 영화보기에 대한 선별과 관심은 나름 대단했다.

 

그런데.. 직장이 생기고,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고..

나 자신의 내부에 타오르던 불꽃은 조용히 사그라들고

예전에 비해 영화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떨어진 것이다.

그랬다. 영화의 줄거리가 잘 기억에 나지 않고

아주 가끔은 DVD를 빌려놓고 영화가 시작된 한참 후에야

비로소 어! 이거 봤던 거네! 하면서

스스로 조금 한심해 지는 걸 느끼는 때도 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영화의 줄거리가 대부분 기억 나지 않는 것이 

앞서 말한 두가지 원인때문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운전을 하며 집으로 오는 길에 이게 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분명, 영화의 줄거리를 기억할 수 없는 이유 한 가지가 더 숨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요즈음 영화의 특성이었다.

 

언제 부터인가 영화의 형식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롱테이크보다는 짧은 컷의 편집을..

그래서 속도는 더욱 빠르게...

원거리 샷보다는 배우의 얼굴을 클로즈 업을

스토리가 있긴 하지만... 그 보다는 순간순간의 장면, 즉 볼꺼리에 더 치중하는 영화가 많아졌고..

또한 영악한 관객들을 속이려고 더욱더 복잡한 반전을 연출하며

마치 관객과 영화제작인들과의 두뇌게임을 하는 듯한 복잡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스토리의 서사적 구조는 얕은데 비해 그 서사를 감싸고 있는 에피소드나 장면들, 혹은 음악은 영화의 서사가 지닌 것의 몇배의 몸집으로 장착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이다.

물론 관객들이 이걸 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스토리를 기억에 담아두는 것이 아니라... 순간순간의 쾌감을 보며 1시간 30분동안 짜릿한 어드벤터지를 즐기고 잊어버리는 것이다.

영화 한번 시원하다. 스케일이 정말 큰데... 오늘 제대로 영화 한편 땡겼네... 하면서 말이다.

관객들은 어둑신한 극장을 줄지어 빠져나오면서 짜릿한 한편의 영화는 곧바로 잊혀지는 것이다.

 

그래서 뭐가 문제냐고...?

그렇다고 이런 현상이 개인적인 문제가 될 것은 특별히 없다. 다만

때로는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노인과 바다, 늑대와 춤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이런 영화들 처럼 줄거리가 길게길게 잘 살아있는 영화가 보고 싶은 것이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영화보다는

지루한 듯하지만... 재미있는 영화를 말이다.   

 

영화에 대한 기억력에 대한 변명으로

요즈음 영화들을 한번 들여다 보았다.

 

성과가 있다면 스스로  

관심과 기억력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그럭저럭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것에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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