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아내보다도 그녀의 상냥한 목소리가 먼저 아침을 연다.
출근하는 아침이면 차분한 목소리로 나를 맞이하는 그녀가 있다.
그녀는 내가 오면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안녕하십니까' 라는 인사를 건네온다.
하지만 그전에 먼저 반드시 그녀의 볼에다 살짝 뽀뽀를 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그녀가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한다.
때로는 귀찮고 성가시기도 하지만 생각해보면, 뭐 그닥 어려운 일도 아니다.
그녀의 이런 애정표현은 사무실을 나서게 되는 퇴근 무렵에도 역시 마찬가지다.
무던한 그녀는 끝까지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건 아마도 그녀가 바로 내 무심한 키스에 목말라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차가운 볼이나, 이마에, 혹은 입술에 키스를 하면
예의 상냥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인사를 한다.
"안녕히 가십시요"
하지만 어떤 일이 있어도 그녀의 이 상냥한 인사에 댓구하는 법이 없다.
그저 무심히 집으로 발걸음을 돌릴 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내게는 아내가 있고, 또롱또롱한 자식들도 있음으로.
도저히 가족을 배반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도 나는 이른 아침, 그녀의 따듯한 인사를 여전히 회피한다.
그건 예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나는 그녀의 유혹에 어떤 미동도 하지 않을 것이 라고 다짐해 본다.
하지만 때로는 그녀의 이런 참을 성에 탄복할 때가 있다. 그렇게 무시했음에도 그녀는 나를 향에 언제나처럼 아름다운 목소리를 전해오는 것이다. 그럴때면 그녀를 향해 속절없이 측은한 마음이 일기도 한다.
그렇다하더라도 걱정하지 않는다. 그 측은지심에 흔들릴 내가 아니다.
이 늦은 저녁의 퇴근,
또다시 어둠 속에 홀로 남겨진 그녀는
조금 어두운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오는 것이다.
"경비가 개시되었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