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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기

시간 무정

 

    시간무정

 

 

아무 것도, 아무 것도 모른 채

 

저 만치 떠내려가는 내 일부를 아쉬워해 봐도  

무심한 파도는 짹깍짹깍 

날 밀고 나간다

물결 휘청거릴 때마다 부스러기들은 점점이    

심연으로 떨어지고

앙상한 뼈마저도

마침내 씻겨질 운명이여

 

잔잔하다가도 일순간 높이 일렁거리고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온순한 양이 되기도 하는 법은 세상이치라

그간 전리품 모두는 파도 속에 귀속되니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조각을 맞추려 애쓰지 말지어다

 

다만, 명심하라 

지난 여름 허우적거림 속에 떨어진 부스러기

하나하나

파도는 조각 맞추고 있음을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은 나를 한숨두숨 밀고 나가신다.

무정한 파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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