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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 쓰기

개그 콘서트

 

 낙관적이고 밝은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요즈음 안밖에서 전해들려 오는 소식은 먹구름이 더 자욱하게 밀려든다는 소식뿐이라.. 나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것인가 보다.  

이런 시국이라면 억지로라도 웃어야 한다. 웃을 기분이 아니라도 웃어야 한다.

(웃을 기분이 아닌데 어떻게 웃냐! 정신 나간 놈!)

정녕 웃을 기분이 아니라면 개그 콘서트를 한번 봐보자. 그러면 좀 웃게 될지도 모른다.

 

 가수 비에 중독되어 가는 현상을 레이니즘이라 부른다면 나 정창욱 텔레비죤?에 중독된 "텔레비즘"을 가지고있다 그래서 티브이 시청을 마약처럼 생각하고, 되도록 티브이를 멀리 하지만 이미 중독이 중증이라 이게 좀처럼 쉽지 않다.(사실 이를 안 집사람은 이미 1년전에 안테나선을 절단했다. 하지만 나는 중독이 되지 않았는가...가끔 선을 다시 연결하고 있다. ^^)

 얼마 전에는 베토밴 바이러스를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여기에 완전히 빠져들고 말았다. 한편도 빼놓지 않고 시청을 한 것이다. 그리고 1~2년 전부터는 바로 "개그콘서트"에 알게 모르게 중독되 버린 것 같다.    

 

 

 금요일 저녁,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찹찹한 마음이었다. 

특별히 나쁜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몇몇 친구 녀석들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하나같이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시대를 둘러보면 짐작이 가고도 남음이었다.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것이 친구이기에 나 역시 기분이 꿀꿀한 날인 것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경제 폭발은 도미노처럼 전세계로 확장되어 한국의 경제와 국민들을, 아니 내 주변인들을 옥죄고있다. 옥죄이기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은행권의 욕심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고..

 그저 처자를 위해 열심히 하루를 살아내는 서민들의 뒤통수를 뭔가가 빡하고 때리기 시작했다. 

어제까지 멀쩡하게 걸어다니던 소시민이던 한 남자는 순식간에 날아온 벽돌을 맞고 혼수상태에 빠져 있다. 누가 그 벽돌을 던졌는지, 위인지 옆인지, 어느 방향에서 날아 왔는지 도무지 그 원인과 날아든 시발점을 짐작할 수 가 없고 수사는 오리무중에 빠져있다. 그가 그를 둘러싼 주변인들이 유일하게 알고 있는 사실은 어디선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벽돌이 날아와서 걸어가던 남자의 뒤통수를 때렸다는 사실이다. 사건은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어서  그 남자가 쓰러진 다음날에도 벽돌에 맞아 쇄골이 골절된 남자의 이야기가 소문을 타고 흘러들었다.

 근데, 지금까지는 소문은 소문인 줄만 알았는데... 지난 밤에는 바로 아래층 사는 남자가 뒤통수에 장돌을 맞고 열 바늘을 꾀맺다고 한다. 일이 이 지경이라면...  아이구, 이러다가 나도 잘 못하면 벽돌에 머리를 맞는 수도 있겠구나.. 조심하자면서 마음을 고쳐 먹는 것이다.  

 

 도대체 우리는 무슨 잘못을 한 것이기에, 금융 폭탄이 떨어진 미국 본토보다는 더하지 않을 것 같은 주변국에 사는 그것도 태평양 건너의 대한민국이... 뒤통수를 오지게 맞고 있는 것일까? 북경에 있는 나비의 날개짓으로 태풍이 칠수 있다지만 이건 해도해도 너무한 결과가 아닌가? 도대체 왜...

 

개그 콘서트에서 안어벙에 이어 최근 인끼몰이를 하고 있는 안상태 기자를 불러보자. 

 

 그럼 여기서 미국발 금융위기 전장에 나가 있는 지금 안상태 기자를 모셔 보겠습니다. 안상태 기자!! 

네, 저는 지금 방금 전에 날아든 벽돌에 머리를 맞아 병원에 입원한 한 시민을 만나러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난!  

나도 남들이 하는데로 주식투자와 펀드를 왕창 했을 뿐이고..

반드시 집 있어야 한다고 해서 남들 하는데로 담보대출을 2억 받았을 뿐이고...

이자만 120만원 나가고!!

오늘 방송이 마지막 방송일 뿐이고, 다음 달부턴 월급없고...

하지만 저는 이에 굴하지 않고 방송인으로서 최선을 다....

그런데 난!

갑자기 앞이 깜깜해져서 다시 눈을 떴더니 머리에 붕대 칭칭 감고 병원에 누워있을 뿐이고...

나도 벽돌 맞았고...

 

 물론 개인의 행위 과정에서 일어나는 최종 책임은 모두 개인이 져야만 하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도 개인은 뭐가 뭔지..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기관에 비해, 혹은 높으신 분들에 비해, 잘 모를 수 밖에 없다. 이것이 대다수의 개인이 가진 정보의 한계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금융기관을 믿고, 정부를 믿고, 저축이니 펀드니 대출 등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근데 은행이 욕심을 부려서 은행이 피가 없단다... 무엇보다도 위기관리의 중요성을 잘 알고있는 금융기관이 아닌가... IMF 폭탄도 맞아서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것인데...

도대체 우리 금융기관(특히 은행권)은 얼마나 욕심을 부린 것일까?

탐욕을 부리지 않았다면 미국발 도미노가 과연 이 정도의 파급효과를 지니게 되었을까?

  

 눈이 내리면 소나무의 푸른 기상을 알수 있다고 했는데...

눈이 내리니 어째 그렇게 푸르다고 약속했던 기관들은 스스로가 목구멍이 포도청인지라.. 누구보다 푸르러야 할 그 잎사귀를 마구잡이로 떨쿠고 있는 것이다.

이쯤되면 호랑이가 나타났다는 소문을 들은 개인은 얼마나 오금이 저릴지는 안봐도 비디오 인것이다.

우리는 호랑이 꼬랑지는 보지도 못했거늘... 그 돈 많다던 은행이 호랑이에 대비해 방범창을 내리고 있는 것을 목격한 시민들은 아마 집에서 땅굴이라도 파고 있을 것이라 짐작된다.

 

 호랑이 발자국도 구경 못한 근면한 시민들이여!

내 스스로 잘못이 없음에도 우리는 매번 스스로 고개를 숙여왔으며

토끼가 나와도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그런 모양이다 생각하며 몸을 떨었으며

그리하여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소뚜껑만 봐도 놀란다고 이젠 도무지 집밖으로 출입할 용기마저 상실하게 되지는 않을 런지... 

 

 그리고 나는 뭘 안다고, 어쩌자고, 이렇게 주렁주렁 글을 달고 있는건지..

 개그 콘서트에서 이번에 아쉽게 끝이난 코너 '대화가 필요해'에 신봉선은 아마 내게 이렇게 말할 것 같다.

 "임마 이거, 뭐라꼬 쳐 씨부리 샀노?"

 

 개그콘서트 '달인' 코너에 김병만의 유행어를 빌어... 스스로에게 이야기 하고자 한다.  

 "요즘 시국이 어떤지 알아? 니가 안 당해 봤으면 말을 하지마.."

 

 더나아가 신구 선생님의 버전으로 서민이 아닌 높으신 분들에게 녹슨 표창처럼 던져본다.

 "니들이 쓴맛을 알아?"

 

 하! 이 시대 상황도... 내 글도... 당신의 생각도 조심조심 살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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