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툭 눈이 와서
내가 내가 그립던 밤
소파에 앉아 사춘기 소녀처럼 울었다.
빡빡한 밥벌이에 어리벙벙 터져버린 입술이 처량해서
뭉텅뭉텅 유실된 21년이 황망해서
그나마 애써 건져올린 추억은 복받치게 서러웠다.
고된 몸도 지친 마음도
꾸역꾸역 관성이 밀고가는 출퇴근
깊은 숨 몰아내고 현관을 들어서면
질끈 현기증이 일렁였다.
어서 지났으면 싶던
관념으로 살아가던
그 시절
밤 새워 시를 썼고
꿈에서도 낮을 사느라 피로한 이 밤은
지난 내가 보고싶고
부디 옛 밤이 그리웁다.
불안이 불면의 밤을 태웠던
그때는 그때는
생각컨대 값진 사치의 시절
불안이 찾아들 작은 틈조차 허락하지 않는
숨막히는 이 저녁하늘
온통 까마귀떼 눌러붙는다.
뒤쳐진 영혼이 따라오길 기다리던 인디언은
사라진지 오래
어디쯤인지 가늠할 수 없는
나를 뒤로 한 채
다시
하루를 넘어간다.
혹여, 걱정은 말아라.
아침 오면
세수하고, 밥을 먹고, 일을 하고
그렇게 또 묵묵하다.
돌아갈 수도, 그럴 미련도 없다지만
그 밤,
보고싶은
그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