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 쓰기

중년

툭툭 눈이 와서

내가 내가 그립던 밤
소파에 앉아 사춘기 소녀처럼 울었다.

 

빡빡한 밥벌이에 어리벙벙 터져버린 입술이 처량해서

뭉텅뭉텅 유실된 21년이 황망해서

그나마 애써 건져올린 추억은 복받치게 서러웠다.   

 

고된 몸도 지친 마음도

꾸역꾸역 관성이 밀고가는 출퇴근 

깊은 숨 몰아내고 현관을 들어서면 

질끈 현기증이 일렁였다.  

 

어서 지났으면 싶던

관념으로 살아가던

그 시절

밤 새워 시를 썼고

꿈에서도 낮을 사느라 피로한 이 밤은

지난 내가 보고싶고

부디 옛 밤이 그리웁다.

 

불안이 불면의 밤을 태웠던

그때는 그때는

생각컨대 값진 사치의 시절
불안이 찾아들 작은 틈조차 허락하지 않는
숨막히는 이 저녁하늘

온통 까마귀떼 눌러붙는다.  

뒤쳐진 영혼이 따라오길 기다리던 인디언은

사라진지 오래

어디쯤인지 가늠할 수 없는

나를 뒤로 한 채

다시

하루를 넘어간다.

 

혹여, 걱정은 말아라.

아침 오면

세수하고, 밥을 먹고, 일을 하고

그렇게 또 묵묵하다.

 

돌아갈 수도, 그럴 미련도 없다지만

그 밤,

보고싶은

그 밤

 

 

 

'시 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벚꽃연화  (2) 2024.04.04
2월 하순  (0) 2022.02.25
가끔씩 그러하다  (0) 2014.05.07
시간 무정  (0) 2009.02.24
사춘기  (0) 2008.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