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 리차드 J. 루이스
- 출연 폴 지아매티, 더스틴 호프먼, 로저문드 파이크, 미니 드라이버
당신은 속물인가 아닌가? 속물에게도 진심은 존재한다!
'사이드 웨이'의 폴 지아매티를 다시 만날 수 있다.
내가 아는 바 그가 연기하는 주인공들은 한결같이 일상적이고 속물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멋지지도 않고, 지적이지도, 잘 생기지도 않은(아니 오히려 배가 불룩하게 나왔고 , 속물근성을 여지없이 드러내는) 캐릭터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고, 폴 지아매티가 분한 캐릭터에서 우리는 동질감을 느끼고 동정(同情)을 느끼는지도 모른다.
이것이 그가 연기하는 인물에 개인적으로 끌리는 이유인 것 같다.
영화 '세번째 사랑'에서의 폴 지아매티의 연기도 전작들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의 눈매만큼은 더이상 속물적이 않다.. 그의 눈을 보고 있으면 그가 얼마나 지적인 느낌을 지닌 배우인지 알게 된다)
인생을 대충대충 살아가는 듯한 주인공 폴 지아매티에게도 진심은 있는 것이다.
그는 아버지(더스틴 호프만)의 피를 물려받아 그의 아버지처럼 뭔가 인생을 허술하게 살아가는 듯하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충성심으로 가득차있다.
그의 세번째 아내에게도 그랬고, 그의 아버지에게도 그랬고, 그의 어이없는 첫번째 아내에게도 그랬었다.
어딘가에서 죽었을 게 분명한 절친에게도 충성스런 마음으로 친구가 언제가 돌아오기만을 충직하게 기다린다. 영화의 마지막에야 밝혀지지만 실은 그는 TV드라마에 출연하고 있는 별볼일 없는 속물 늙다리 여자배우에게도 유언장을 통해 배려하는 점은
속물인 그의 진심이 얼마나 충직하고 깊은 사람인지를 알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겉으로 들어난 그는 역시 여지 없는 속물임에 틀림없다.
두번째 결혼한 아내가 한심한 속물 처럼 보이지만.. 그는 그런 마음에 들지 않는 아내를 결혼까지 했고, 친구와 잠자리를 같이한 아내를 발견하고 이혼의 핑계로 삼는 점, 또한 자신의 세번째 부인과 결혼한 지적인 방송인에게 세벽 3시 반에 전화를 걸어 약을 올리는 점, 자신 보다 왠지 지적인 남자(나중에 그의 아내와 결혼하게 된다)가 다가오자 질투와 경계를 공공연히 드러내는 점, 등 영화 곳곳에서 속물이 분명한 지아매티를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그의 친구외에 속물들을 싫어 한다. 두번째 아내와 그녀의 돈많고 점잖을 빼며 교양을 지키려하는 장인을 못마땅해 한다.
그러면 우리는 이런 인물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속물로 치부해버려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진지남으로..?
우리는 '세번째 사랑'의 지아매티가 연기한 인물을 통해 우리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속물이 아닌 척 하지만.... 그리고 자신보다 더 속물처럼 보이는 사람(속은 속물이지만 이를 감추려고 하는 사람들)을 보면 적대감을 드러내지만...
사실 그 자신의 내부를 살펴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는 속물이 뻔인 사람들이 아닌가?
멋진 여자와 섹스를 꿈꾸고,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누군가를 밀어내어야 하고, 어느 정도는 교양이 있는 척해야하는 그런 속물들 말이다.
나 자신도 이런 유형에 포함이 될것 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의 마지막은 우리에게 소소한 감동을 준다.
비록 안타까운 실수를 저지르긴 했지만.. 세번째의 사랑에 진정어린 충성을 다했다. 그는 처음 세번째 부인을 만났을 때 받았던 메모지를 평생 간직해 왔고, 그녀을 끝까지 사랑하고 있다.
또한 실종된 친구가 반드시 다시 돌아올것이라 믿고.. 그가 돌아오면 후원자로써 책을 출간해 줄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평소 별 볼일없는 드라마 여자 출연자의 노후를 위해 자신이 죽은 후에도 후원금을 계속 보내도록 유언장에 남긴 점을 보며 우리는 그가 스스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속으로는 얼마나 진지하고, 배려심이 많고, 한 여자와 친구에게 얼마나 충성을 다하는 인물인지를 알게 되는 것이다.
아들과 딸은 주인공을 속물로 취급했지만... 그의 유언장을 읽으며 자신들의 아버지가 나름 진지하고, 충성어린 삶을 살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자! 과연 이 영화의 주인공은 속물인가? 아닌가?
자! 그럼 여러분에게 묻겠다.. 여러분은 교양있고, 제법 점잖은 사람인가?
아니면 그저그런 속물인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여러분이 표방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들이 마음에서 살고 있는 또다른 마음이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또한 삶의 궤적에서 자연스럽게 타인들이 하나하나 점차적으로 느끼게 될 것이다.
이것은 분명하다!
아! 나는 얼마나 교양있는 척을, 진심을 담을 척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상 속물 나라에서
속물 정창욱이 전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