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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기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Nader and Simin, A Separation, 2011
감독 아쉬가르 파르하디
출연 레일라 하타미, 페이만 모아디, 사리나 파르허디, 사레 바얏

 

이란영화의 힘!

몇 편의 이란영화를 볼때마다 드는 생각은

이란 영화감독들은 흔히 접할 수 있는 작은 사건들을 다루는 능력이 참으로 뛰어나다는 점이다.

이 영화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도 그랬다.

두 부부의 별거에서 일어나는 하나의 사건들을 통해 우리 자신의 소시민적인 모습을 그려 내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문제거리를 던져주고 잠시나마 사색에 잠기에 하는 힘이 있는 영화였다.

 

특히 마지막 엔딩이 인상적이었다

결국 두 부부는 서로를 안아주지 못하고 법정에서 이혼과정을 밟게 되는데..

판사는 부부의 딸에게 누구와 함께 살고 싶은 지를 묻고.... 결정은 내렸는데..

차마 부모의 앞에서는 이 이야기하지 못해서 판사는 부부를 밖에서 잠시 기다리게 한다.

씨민과 나데르는 각각 이쪽과 저쪽에서.. 앉아 생각에 잠기고 음악과 엔딩 자막은 이쪽과 저쪽으로 벌어진 그 둘사이를 갈라 놓으며 흘러간다... 마치 이제는 이혼하게 되는 부부를 완전히 갈라 놓는 것처럼..

(마치 추격자의 마지막 엔딩과 느낌이 비슷했다. 추격자의 엔딩은 아이가 잠들어 있는 병실로 돌아온 김윤석이 바라본 창밖에는 서울의 밤이 무심하게 익어가고 있고.. 그 공간을 음악과 자막이 흘러 지나간다)

 

조용히 앉아 있는 주인공들과 그 복도를 지나다니는 사람들.. 음악... 그리고 자막...

이렇게 이 영화는 열린 구조로 끝을 맺는다.

마치 지금 이 상황에서 딱히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듯이...

생각해보면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소시민들이다.

 

가난한 가사 도우미는 나름 성실하고 정직하지만.. 빚쟁이에게 시달리는 가난을 해결하기위해서 나데르 때문에 유산이 되었다고 거짓말을 하지만... 종교적인 신념때문에 갈등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 묘사되고 

중상층인 은행원 나데르는 성실하고, 치매가 걸린 아버지를 끔찍하게 생각하고, 또한 딸의 교육에도 충실한 자상한 남편으로 묘사되지만 임신사실을 알고 있었냐는 판사의 물음에는 몰랐다는 거짓말을 한다.(임신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살인죄로 구속이되었을 가능성이 높기에)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씨민은 능력있고 현명한 사람이고 정직한 사람이다... 하지만... 아이의 교육과 자신을 위해 치매걸린 시아버지를 요양원에 맡기고 외국으로 가기를 권유하는 자기실현의 욕구가 강한 여자로 묘사되고..

가사 도우미의 남편은 어떤가? 직업이 없고.. 빚쟁이들 때문에 법원을 들락거리며 사회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매우높고... 이성보다는 감정이 먼저 폭발하는 약간은 무능력한 인물이다.

아이의 가정교사 또한 도우미의 가정에 대해 선입관을 가지고 있다. 또한 처음에는 나데르에게 유리하게 증언을 하지만.. 결국 도우미의 남편의 협박때문인지.. 그 증언을 번복하는 인물이다.

 

이 처럼 이 영화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우리 마음 속에 잠재되어 있는 내면들이다.

다들 성실하고 착하지만.. 어떤한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자신의 양심을 속일수도 있는 사람들...

그렇다 하더라도 미워할 수 없는 그런 캐릭터들인 것이다. 이 캐릭터들 모두가 나름 이해할 수 있는, 공감이 가는 인물들인 것이다.

그러니까 이 영화 속에서는 악인도 의인도 없는 인물들로 채워져 있다. 그야말로 우리 시대의 소소한 군상들이 모여 있는 것이다.

영화의 결말이 열려 있는 거처럼 이 영화의 사건들도 모두 열려있는 구조인 것이다.

해석은 관객의 나름에 따라 판단 내리면 되는 것이다. 이 영화가 가진 힘 중, 가장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이런 점이 아닐까 한다.

 

또한 이 영화에서 보여지는 힘중 또다른 하나가..

감춰져 있는 사실이다. 가사 도우미는 왜, 긴 시간을 치매노인만 내버려둔채 집을 비워두어야 했는지에 대해 나중에 밝히고 있는데.. 이 도우미의 이야기를 들으면 이 사람을 결코 미워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다른 영화의 힘은 사건들이 진행되는 것을 구질구질하게 나열하지 않고 간략하게 결과를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이 스토리를 짐작하게 하는 점이다.

어떻게 해서 별거까지 가게 되었는지.. 어떻게 해서 이혼까지 이르게 되었는지.. 어쩌다가 도우미의 남편은 직장을 잃고 빚쟁이에게 독촉을 당하게 되었는지... 왜 유산을 당했는지...에 대해 직접적인 표현을 하기보다는 간접적으로 짐작하게 만드는데 이 영화의 또다른 힘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어떻게 이렇게 사건들을 하나하나 디테일하고 자상하게 풀어내었을까..

어떻게 배우들은 이렇게 군더더기 없이 연기가 자연스러울까? 격정된 연기를 보여주지 않고도 얼마든지 깊이 있는.. 그리고 관객들로 하여금 상황에대한 고민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내고 있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이란 영화에 대한 존경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막대한 자본이 들어 가지 않고도 엄청난 스토리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훌륭한 영화는 만들어 지는 것이다.

오히려 이런 영화에서 여운은 더 길게 남는 법이다.

우리네 인생도 헐리우드의 주인공처럼 화려하거나 드라마틱하진 못하지만..

이란 영화처럼 잔잔하지만 여운이 긴 족적을 남길수 있다는 다짐을 해보게 되는 것이다.

 

참 좋은 영화!

꼭 봐야할 영화!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따끈한 소식하나 방금 아카데미상에 이 영화가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했다는...

그외 시상은 말할 것도 없고.... 골든글로브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 베를린 영화제에 최우수 금곰상(최우수작품상), 은곰상(남녀 각주연배우 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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