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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 쓰기

사랑이 있어 좋다!

"아빠~ 아빠도 우리랑 같이 자러가요~"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기 전, 조심스럽게 내뱉는 말이다.

작년부터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기 전, 아무렇게나 꾸며낸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는데, 

어른들이 들으면 터무니없이 황당한 이야기를 아이들은 무지막지하게 재미있어 하고 있다.

예를 들면, 누가보더라도 황당무계하기 그지없는  방구장군 이야기, 똥장군 이야기, 오줌장군 이야기 등등과 웃기고도 무서운 귀신이야기, 우리아이들이 주인공이되어 활약하는 모험이야기 시리즈 등인데...

이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에 아이들은 열광을 하고 계속해서 더 해달라고 조른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매번 녀석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쪼르르 내게로 달려와서 이구동성으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아라고 하는 것이다. (나는 옛날 할머니도 아닌데 말이다.)

이런 아이들의 행동에 내심 뿌듯하기도, 이게 행복이다 싶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두가지 이유로 곤혹스러워진다.

첫째, 심리적 피로 내지는 스트레스가 쌓여 있는 요즘,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해주기가 피곤하기 때문이고,

둘째, 아무리 황당한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뭔가 대략은 맞아 떨어지는 기승전결과 반짝거리는 아이디어 하나쯤은 장착이 되어야 하는데... 이걸 매번 떠올리는 것이 무우를 뽑아 올리 듯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아빠가 피곤하다고 점잖게 타일렀더니... 막내녀석이 다짜고짜 지난 번에 '발냄새 장군이야기'를 분명 해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 내가 그렇게 이야기 했다고?"

 

하긴, 모를 일이다. 요즘 내 기억은 점점 희미해져 가고 상대적으로 아이들의 기억은 무서운 속도로 치솟아 오르니까.. 아이의 말처럼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일단 시침을 뚝떼고, 아빠는 그런 말은 한 적이 없다고 주저주저 말을 하다가... 그 이야기를 해주 긴 하겠는데 오늘은 피곤해서 오늘은 안 된다는 변명을 살포하고 슬그머니 방을 빠져 나온다.

 

그리고

방 안에선 뭔가 아쉬운 아이들이 숙떡숙떡거리기를 30분 째,

거실에서 드라마를 보던 아내가 너희들 이젠 자야한다고 목소리를 한껏 높이자

그제서야 아이들의 목소리는 겨우 잠잠해진다.

 

새벽, 이불을 발 아래로 차고 자고 있는 막내녀석을 내 곁으로 조용히 당겨와 이불을 함께 덮는다.

이제 며칠 뒤면 초등학생이 되는 녀석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주고, 통통한 볼에 살며시 손을 올리고... 볼에 입을 맞춘다.

다른 쪽에서 무릎을 세운 채, 살랑살랑 코바람을 내쉬고 있는 첫째아이의 무릎을 쭉펴주고, 역시 머리를 쓰다듬고, 볼을 만지고... 입을 맞춘다.

 

그리고 부모의 사랑이란, 새벽 잠결 찬공기에 아이들이 추울까, 이불을 덮어주고, 굽혀진 무릎을 쭉 펴주는... 그런 것이라 생각을 해본다.

 

또 하나 더,

사랑은....

 

오늘 밤,

'발냄새 장군이야기'를 기가 막히게 들려줘서

녀석들이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시종일관 깔깔거리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라 생각한다.

 

"애들아! 오늘 밤은 멋지고, 황당하고, 아주 우껴 죽는, 이야기를 기대해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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