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 내내 구름장들이 하늘을 뒤덮어 그야말로 춘래불사춘이었다.
착한 봄볕이 그리운 차에 출근 길 아침, 우산을 챙겨야 하는 건 또 뭐람..
이건 뭐 쓸쓸하다 못해 쌀쌀하기까지 했다.
그러더니 일기예보의 예측대로 어제부터 구름장들이 서서히 걷히기 시작하더니 마침 오늘, 맑고 따듯하다.
점심을 먹고 간만에 산책을 나갔다가 회사로 들어오는 길이었다.
따스한 봄볕을 걸어가고 있으니 나른나른 춘곤이 밀려들어 문득 하늘을 올려 보았다.
살짝 지푸린 아마께로 햇살이 짤랑거리고..
!
태양은 그곳에 있었다. 언제나...
이런 생각이 드는게 아닌가? 그리고
문득, 책에서 보았을 구절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구름이 자욱한 날에도 태양은 언제나 그곳에서 우리를 비추고 있다.
잠시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을 뿐이다."
구름이 자욱하게 하늘을 뒤덮은 채 온종일 비를 흩뿌릴 때도,
잿빛 구름 뒤편에는 언제나 늘 그러하듯이.. 태양은 빛나고 있었다.
이탈리아의 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재판장에서 지구가 태양을 돈다는 주장을 철회한 뒤 재판장을 나서며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는 말로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태양이 지구를 도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돈다는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은 당시로써는 받아들이기 힘든 주장이었으나
지구가 1년 주기로 태양을 돌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기정사실, 아니 진리가 되었다.
수천 아니 수억년 전부터 태양은 그곳에서 움직이지 않고 한결 같이 우리를 비추고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태어 나지도 않았을 테니 우리라는 표현은 뭔가 말이 안되고... 우리를 지구로 확장해 본다.
사실 태양은 한결같은 일관성 혹은 항상성을 지니고 있지 않은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지구로부터 약 1억 5천만 킬로미터 떨어진 그 자리에서 묵묵히 우리에게 빛과 열을 쏘아 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항상성을 교육을 통해 확연하게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 지구가 자전을 하기때문에 태양이 사라지는 것이고, 지구가 기울어진 채 자전과 공전을 하기에 계절이 변하는 것일 뿐,
태양은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대략, 같은 빛과 온도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변하는 것은..
우리를 둘러싼 대기와 구름이며, 밤과 낮이며, 우리의 계절이다. 그리고 우리의 마음이 순식간에 그러할 뿐이다.
언제나 구름 뒤에는 해가 가려져 있을 뿐, 우리의 태양은 꺼지지도 사라지지도 않았다.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거나, 지구의 자전운동으로 밤이되면 사라진 것처럼 보일 뿐,
언제나 태양은 우리를 비추고 있었다.
모처럼 날이 좋은 봄날 하늘 아래에서 나는 태양이 거기에 있음을 다시금 믿고 싶은 것이다.
눈을 돌려 여기저기 바라보니 제비산, 용마산, 무학산에도
봄은 또다시 4월을 점령하고 있었다.
어김없이 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