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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 쓰기

너그러워지다.

생각해보면.. 참 신기하기도 하다.

 

내가?

내가?

 

 결혼하기 전, 길가에서 우연히 버릇없는 아이들을 마주칠 때면, 녀석들의 머리통을 콕 쥐어박고 싶었던 나였다. 

내 마음 한켠은 어떠했는지 모를 일이지만(초등학교 고학년이었을때 동네 아주머니께 어머니는 '우리 창욱이는 아이를 참 좋아한다'며 나를 향해 싱글싱글 웃음을 지어보였던 적이 있었다. 그때 딱 한번이었다.)

그후로 아이들을 좋아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고 두 아이의 아빠가 된 지금은 어떠한가?

 

여전히 공공장소에서 버릇없이구는 녀석들이 싫지만.... 예전처럼 머리통을 쥐어박고 싶은 정도는 아니다.

아마도 나이를 먹어가면서 세상 일에 관대해 졌는지도 모르고...

나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서 부모의 입장과 아이의 입장을 조금은 헤아릴수 있기에 너그러워졌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삼십대 시절과 달리 내가 좋아 하는 영화나 CD 등등에 집착하던 습관들은 많이 사라졌고,

타인에 대해 좋은 사람 나쁜 사람 그저그런 사람, 득이 될 사람 실이 될 사람, 나랑 친한 사람 아닌 사람, 친하고 싶은 사람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사람 등으로 나누어 생각하던 생각들도 이젠 그닥 별스러운 의미가 없다는 것도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하여간 세월의 파도를 넘고 넘으며 나도 모르는 사이, 아주 느리게나마 변해가고 있다는 것에 신기할 따름이다.

또 이런 사실이 스스로 기특하기도 하다.

분명 나는 달팽이처럼 꾸물구물, 변화를 적극적으로 만들어가기도, 저도 모르는 사이 세파에 의해 피동적으로 변화되기도 한 것이다.  

특출할 것은 없었다 하더라도 나름 세월을 살아낸 흔적은 남았다.

 

조금씩 변해왔고, 변해갈 것이며

억지스러움은 그림자로 저물어 가고 있음을 느끼고 

생에 대해 어색하지 않고 내 본연의 자연스러움을 갖추어 나가고 있는 듯하다.  

 

지금 껏 그닥 잘한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딱히 잘 못한 일도 없었다.

 

수천 년의 세월이 바위를 깍아 나가듯 오늘도 시간은 인간을 너그럽게 만드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써놓고 보니 좀 쑥스럽지만 나이를 먹어가고 그러므로 늙어가고, 하루하루 죽어가고 있음으로 

 세상에 대해, 타인에 대해, 예전보다 너그러워졌다는 것은 어쩔수 없는 사실이다. 그것이 노력에 의한 것이 건, 세상에 부대끼며 만들어 진것이든 간에..

이러한 관대함이 타인으로 향할 때 멋있어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입장을 바꿔서 자신에 대해 적용할 때... 어딘지 더 이상은 푸른 청년이 아닌 듯한.. 그리하여 아쉬운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모두 다 좋을 수는 없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는 때로는 중년의 너그러움을, 때로는 청년의 맹렬한 기세를 모두 가지고 싶은 욕심쟁이들인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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