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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기

즐거운 인생

   

    즐거운 인생(2007)

  감독: 이준익

  주연: 정진영 김윤석 김상호 장근석

 

 어제 저녁 밀양,

나는 회사 동료들과 즐거운 인생을 보았다.

어제가 바로 영화의 개봉일이었고

즐거운 인생은 정말 보고 싶은 영화였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허둥지둥 깜깜한 극장안으로 들어가니 필름은 이미 20분전에 돌아가고 있었다.

앞부분을 놓쳐버린 아쉬움을 뒤로 한채.. 스크린에 시선을 집중했다.

 

밀양의 극장.. 참말로 오랜만에 와보는 그야말로~ 옛날식 극장에서

 

기본적인 영화의 줄거리는 지금은 해체된 활화산의 리드보컬이 죽고

그의 장례식 이후에 다시 활화산의 부활을 시도하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밴드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는 것 만큼 음악영화라고 해도 될 만큼

음악 또한 영화상영 내내 쿵짝거린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저 단순히 음악영화이거나

그저 그런 에피소드를 나열하는 스토리 영화는 아닌 것이다.

 

이 영화의 속내를 한번 살펴보자!

 

20년전 대학가요제 예선에서 매번 탈락하던 그 밴드의 이름은 "활화산"이다.

활화산이 무엇이던가.. 부글부글 불꽃과 용암을 태우고 있는 화산이 아니던가..

살아 있다는 말이다.   

한때는 타오르는 활화산이었으나 이제 그들은 결혼하고,자식키우고, 직장 다니다 짤리고, 그래서 백수고, 실직 덕분에 택배와 대리운전으로 학원비다 과외비다... 뒷바라지하고,

좀 살만하다 싶으면 자식과 아내를 캐나다에 보내고.. 홀로 궁상맞고..

그래서인지 패기 하나로도 든든했던 그들이 이제는 활화산이 아니라 시들어가는 휴화산으로 변해있었다.

그러나

한라산과 같은 휴화산(잠정적으로 활동이 중단된, 열정을 잃어가는),

전혀 터질 것 같지 않던 휴화산인 망정,

그들은 사화산(완전히 활동이 중단된, 열정이 삭아버린)은 아니었다.

그들의 가슴은 왕성한 20대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들은 여전히 활화산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휴화산이었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써의

책임감의 굴레!

이 짐이 무거운 가장은

때로는 가족이 아닌 자신의 生의 재미를 찾고 싶어지는 법이기도 하다.

인생에 가을이 서서히 다가 오고 있다는 걸 느낄 때,

그래서 더욱 고독해지고 외롭고 쓸쓸해 진다면

가족은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다고, 그래서 내 인생의 모든 걸 올인하겠다고 생각한 사람이

이제 사십을 넘기고 점점 사회에서 소외되고 고립되고 어디를 딛고 있어야 할지 모르는 마당에..  

우연한 사건으로 인해...

그간 영원한 자기편이라 여겨왔던 가족에게서 소외감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래서 이들은 잠시 그 굴레를 던져버리고 과거로 돌아가, 다시 맹렬하게 타오르는 활화산이 되고자 한다.

 

이미 라디오 스타를 통해서 7080 세대들의 감성을 자극한 바 있는 이준익 감독은

다시한번 영화 "즐거운 인생"을 통해 40대의 가려운 감성들을 긁어 주고 있다.

아버지로써 가장으로써의 중압감에 대한 터치와

이미 중년이된 이들에게도 활화산과 같이 타오르던 때가 있었음을 상기시켜주고

그들에게 익숙한 음악을 들려주어 향수를 끄집어 낸다. 

여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요즘의 젊은 세대들에겐 이런 7080 세대의 노래를 요즘의 입맛에 맛게 편곡해서

자칫 40대 관객만을 겨냥해서 놓칠 수 있는

젊은 관객들까지도 무리없이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리드 보컬 역을 맡은 신세대 아이콘 장근석의 비중 또한 크다.

브라운관에서 몇 번 보지는 않았지만 배역을 잘 소화해내고 있다.

장근석없이 또다른 중견배우를 썼다면... 젊은 세대와는 단절된 영화였을 것이다.

이런 부분을 고려해보면 즐거운 인생은

참말로 기획과 시나리오부분에 있어, 사전 작전이 치밀한 면이 돋보인다.

 

이게  이준익 감독의 장점이다.

어느 한 세대만의 이야기를 겨냥하지 않았다는 것...

어차피 영화라는 산업이 상업성을 띄지 않을 수 없는 바에야...

적당한 타협점을 찾아야 하는 것이 적절한 방법론이라고 생각한다.

 

각 주인공의 연기로 들어가보면

정진영의 연기는 날아라 허동구에서 보여줬던 캐릭터의 연장인 듯 해서 특징적인 면은 없지만 무리없이 잘 소화해내고 있다.

타짜에서 아귀 역과 천하장사 마돈나에서 아버지 역을 맡았던 김윤석의 연기도 그가 평소 보여준 연기력이고 잘 소화했다.

 

하지만 김상호! 한명은 이번 영화에서 예외로 두고 싶다.

그의 연기과 역할의 캐릭터는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최고였던 것 같다.

대단히 재미있고 인간적이고 참 이해가 쏙쏙 와닺는 캐릭터이다.

범죄의 재구성에서 눈에 들어오더니

타짜를 통해 캐릭터의 비중이 더 커졌고...

이번 영화를 통해서 그가 가진 개성을 한껏 발휘한 듯하다.

적어도 내게 있어선 앞으로 그에게 맞는 배역만 만난다면 한국이 주목할만한 베우가 되어있을 것이라는 게 내 작은 바램이고 기대이다.

 

이 영화는 이런 이유들로 최소 관객 200만 이상의 몰이는 가능하리라고 기대가 된다.

또 다른 이유로는 강렬한 락사운드의 음악에 있다.

스피커를 통해서 나오는 드럼과 기타 소리를 듣노라면 흥이 나고

익숙한 노래에 자신도 속으로 장단을 맞추게 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또한 빼놓을 수 가 없는데...

활화산의 공연이 시작되고 음악은 흐르고 팬들은 흥분을 하고

카메라는 서서히 서서히 뒤로 뒤로 물러나온다.

동시에 화면은 속도를 늦추어 돌아가고 

중간중간 부인의 얼굴과 친구의 얼굴을 비추면서...

사운드는 천천히...희미하게 가라앉는다.

한참을 읍조리듯 읍조리듯 음악이 흐른 후에야...

엔팅 크레딧은 올라간다.

그제서야 관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영화가 끝나고

복도를 빠져나오면 이미 40대가 되어 버린 지점장님의 얼굴을 보며

감독의 의도가 100% 적중했다는 걸 알았고..

30대 중반인 나 자신의 감정을 들추어 보며

지점장님과 같은 강도는 아니지만 나도 이제는 세월이 적지 않음을 되새겼으며

20대인 여자 총무님들의 반응을 보며 이 영화가 나와 같은 깊이로 다가가진 않았지만

어느정도의 공감과 장근석에 대한 지지와 강렬한 음악에 만족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삼십대 중반 이상이라면, 또 결혼을 했다면 나는 이 영화를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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