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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 쓰기

우리가 잃어버린 웃음

어제 저녁, 퇴근을 하고 집으로 들어서니

딸 아이가 얼굴에 웃음꽃을 활짝 피우며 장난스럽게 인사를 하며 달려온다.

아이의 웃는 얼굴은 지친 하루에 활력소가 된다.

아내도 아이를 따라 웃는 얼굴이다. 그러면서 아이가 오늘 범보(간난아이가 앉는 인체 공학적으로 설계된 의자)라는 단어를 듣고 5분간 쉬지도 않고 웃어댔다는 것이다.

딸아이는 가만히 우리의 대화 속에서 범보라는 단어를 솎아 내더니, 다시 웃음보를 터트린다.

아이는 종종 제깐에 웃기는 단어를 들으면 그칠 줄 모르고 재미있게 웃어댄다.

예를 들면 범보, 궁둥이, 무야(무당벌레를 아주 어렸을 때 부르던 말), 애벌꼬꼬(애벌레를 아주 어릴 때 불렀던 말), 씰룩씰룩 등의 단어인데...

내가 생각하기에는 별 우스울 것이 없는 것 같은데도 제깐에는 그 단어가 주는 느낌이 아주 웃긴 모양이다.

아이가 쉬지않고 깔깔대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저렇게 깔깔대며 웃던 때가 언제였을까?

저렇게 웃어대던 때가 분명히 있었는데 말이지...

그게 언제였을까?

 

당신은 최근에 아이처럼 깔깔대며 무차별 웃음폭탄을 터트린 적이 있는가?

TV 개그 프로를 보더라도 여간해선 웃음폭탄이 터지지 않는 자신을 발견한 적은 없는가?

 

아! 내가 아이처럼 미친듯이, 시원하게  웃어본 적이 도대체 언제였던가? 

설령 아주 우스운 상황이 생겨 크게 웃으면서도...

한편으로 스스로 감정을 통제하거나 감시하는 자신을 문득 발견하지는 않는가?

 

생각난다.

내가 아이였고, 동생은 나보다 더 아이였던 그 시절의 한 순간이..  

일요일 아침에 조금 읽찍 일어나 동생과 가만가만 놀다가 무었때문인지 몰라도 동생이 갑자기 웃기 시작했고...

나도 덩달아 그런 동생을 보며 깔깔거리며 웃어댔던 그 한때가...

급기야 터져버린 웃음을 멈출수가 없어서... 그 상황 자체가 더 웃기게 되고...

그걸 바라보던 엄마도 기가 막히다는 듯 "야들이 와이라노? 실성을 했나?"라고 핀잔을 주면서도 싱긋이 함께 따라 웃던 그 한때.. 

나중에는 너무 웃어대서 배가 아프기 시작해서야 겨우 진정할 수 있었던, 아주 먼 추억의 편린..

 

정말 배꼽이 빠지도록 웃어 댄다는 말의 진정한 느낌을 알았던 그 어린 시절...

 

 

여간해선 배꼽 빠지게 웃기 어려운 지금, 

우리는 정말,

그 시절에, 그 어딘가에다 배꼽을 빠뜨리고 지금껏 달려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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