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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 쓰기

알다가도 모르는 게…

인생 오십, 알다가도 모르겠다. 
 
이젠 나는 나를 조금 알겠는데,
세상은 여전히 어렵기만 하다. 
생이란 이런 건가.
내내 알 수 없을 것만 같은 아득한 기분. 
 
과거에나 지금이나,
생은 뜻한 대로 풀려나가지는 않았다. 
그러니 딱히 내일이라고 다를 것 같진 않다. 
낙관론자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비관론자는 더더욱 아니다. 
 
나이가 들면서부터는, 쉽고 단순한 생을 바랐다. 
점점 단순해지고 욕심을 버려면,
생이 좀 쉬워질 줄 알았다.
아니, 어렵지는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오십에 맞닥뜨린 현실은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뜻대로 되지 않는 것도 인생이고,
안되다가도 되어버리는 게 인생이라서
생에서 확실한 건, 생이 불확실하다는 역설이었다.  
 
스무 살부터 서른 무렵에는 꽤 모차르트에 집착했었다.
지금은 바흐가 더 좋다.
편안하고 격정적이지 않아서다.
대학시절 음대 노교수가 한 말인지, 그 교수가 어느 책에서 인용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바흐는 일용할 양식'이라고 했다.
그때는 이 말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나 역시,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시절엔 모차르트였고, 지금은 바흐인 거다.
내일은..... 또 모를 일이다.
확실한 건, 불확실하다는 사실이 전부니까.
 
돌아보면
인생은, 대부분의 그럭저럭한 날들과
가끔씩 꼬이고 우울한 날들과
드물게 기분 좋은 날들이었다.
 
행복은 순간에 피고 질 뿐,
내내 머무르지는 않았던 것 같다.
순간순간 행복했던 때는 많았지만,
긴 시간 행복이 지속되었던 기억은 얼마되지 않는다.
(한달 보름의 유럽여행과 아내를 사귈 때는 내내 행복했었다)
그러니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과 '카르페 디엠'(이 순간을 살라)의 경구는 지금도 회자되고 있는 것이리라.    
 
여전히 희망을 놓지는 않았다.
희망마저 놓는다면,
자칫 이번 생이 실패까지는 아니더라도
‘낭패'라고 느껴질 것만 같아서다.  
하여, 다른 한편으로는
현자들과 과학자들의 조언에 따라,
주변과 자신에게서 행복을 느끼고 찾아보려는 연습을 해오고 있다.
잘 살펴보면, 행복이 자라고 있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거라, 있을 거라.....
믿고, 희망하는 스스로에게 드는 생각은
‘참 다행이다.’라는 것.
그리고
생은 어쩌면 ‘다행과 그럭저럭' 만으로도
버텨나갈 수 있겠다는 것.
그러니 걱정 마. 다 잘 될거야.
자고 나면 다시 동이 트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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