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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이야기를 통해 영웅을 꿈꾼다 따라서 모든 인간의 다이몬은 자신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마침내 불멸의 인간 이야기로 응축되는 자신의 서사다. 오디세우스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자신의 다이몬뿐만 아니라 에우다이모니아의 불가능성도 인식한다. 영원한 방황은 그의 명예욕에 대한 대가다. 그렇다면 파이아케스 궁전의 오디세우스 일화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아주 간단하다. 즉 우리는 우리 자신을 결코 자립적으로 구성하지 않고 항상 사회적으로 구성한다. 우리는 이야기 능력을 가짐으로써 비로소 유일무이한 인간이 된다. 오디세우스와 같은 영웅은 모든 인간의 욕구를 과장해서 표현한 형태이며, 다른 사람들에 의해 인식되고 이야기된다.
Be simple(주중 일과를 말씀드리자면) 주중에는 홀로 거제살이를 한 지 1년이 되었다. 이곳 거제는 확실히 봄이 조금 일찍 찾아든다. 제법 바람이 불기는 해도, 차로 1시간 떨어진 창원보다 확실히 기온이 높다. 그러고 보니 겨우내 입었던 두꺼운 외투를 세탁소에 맡기고, 봄옷을 꺼내 입을 날이 머지않았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봄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예전에는 가을이 좋았다. 하지만 이젠 따듯하고, 꽃 피는 봄이 더 좋다.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 문득 돌아보면 스스로의 취향이나 기호 따위가 달라져 있는 걸 발견하게 되는데, 요즘은 딱히 놀랄 것도 없이 '그렇구나' 하고 받아들이는 편이다. 이곳 원룸에 기거한 지도 1년, 이제는 퇴근 후 원룸을 들어설 때면 '홈 스위트 홈' 같은 느낌은 아니지만, 전보다 따스한 느낌을 받는데, 이..
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때마다 하지만 내가 교회에서 올리 할머니의 손으로 하는 다른 놀이가 있다. 나는 올리 할머니의 손을 내 손안에 잡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부드럽게 손가락을 가로질러 움직이게 하면서, 할머니의 손이 내 손가락 밑에서 물처럼 유연하게 잔물결을 일으키는 방식에 놀라면서 부드럽게 토닥인다. 올리 할머니의 피부는 할머니의 오래된 성경책과 비슷하다. 그 성경책은 종이가 얇고 모서리가 닳아서 부드럽게 느껴진다. 나는 외외증조할머니의 가운뎃손가락 관절 위 피부를 살짝 꼬집는다. 그런 다음 놓아준다. 그 피부가 몇 초 동안 내가 사는 시대보다 훨씬 전 시대 빙산의 능선처럼 꼿꼿이 서 있을 수 있는지 확인하며 수를 헤아린다. 그것은 천천히, 천천히 내려앉는다. 천천히, 천천히 자신을 바닷속에 던진다. * 이토록 세세하고 예민한 표..
수리 수리 마하수리 점심시간이었다. 3월 초순의 거리에는 햇살이 살며시 내려앉아 있었고 모처럼 봄의 따스함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매년 이맘때면 곳곳에 목련이 하얀 촉을 반짝거리며 자태를 뽐내고 있을 터인데 아직까지 하얀 목련은 눈에 띄지 않았다. 아마도 2월 중순부터 장마철처럼 비가 오다 말다 하는 날들이 이어진 탓이리라. 그래도 얼굴에 따사로운 봄볕이 머무는 느낌이 좋아서 잠시 눈을 감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문득, 태양이 소중하고 고맙다는 생각이 들며 '태양 에너지는 참 좋은 것이로구나'라고 중얼거렸다. 하지만 곧바로, 지난여름 강렬한 햇볕에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무더위에 지친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는 덥다, 덥다, 투덜대며 햇빛을 피해 그늘을 찾았는데, 찬 겨울이 되면서부터 자연스레 햇볕을 찾게 되는 것이다. 생..
안데스 설원의 생존자들 Society of the Snow 감독: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출연: 엔소 보그린식, 아구스틴 파르델라, 마티아스 레칼트예전에 보었던 ‘얼라이브’가 드라마적 요소가 강했다면 안데스 설원의 생존자들은 극적인 요소를 빼고 마치 다큐를 보는듯 한 느낌이 든다. 그저 보여주며 느끼게 하는 점이 좋었다. ❤️❤️❤️💛
로기완 감독: 김희진 출연: 송중기, 최성은, 와엘 세르숩소재는 참신한데… 내용은 조금 삭상한 느낌 마지막 무자비한 총격장면이 필요했을까? ❤️❤️❤️
듄: 파트2 감독: 드니 빌뇌브 출연: 티모시 샬라메, 젠데이아 콜먼, 레베카 퍼거슨와! 말해 뭐해~ 이 소설이 이렇게 멋지게 구현되다니! 마지막 50분에 휘몰아치는구나! 음향, 한스짐머의 음악! 영상! 아이맥스로 봐야하는 이유! 왜, 영화관에서 영화를 봐야하는지를 알 수 있게 하는 드니 뵐뇌브의 영화! ❤️❤️❤️❤️🧡
자본주의와 경쟁 296P 시장의 논리가 정확하게 반영된 것이 프로 스포츠고요. 그걸 소비하고 즐기면서 노동계급 스스로 경쟁의 논리를 받아들이는 거죠. 경쟁에서 승리하면 돈을 많이 번다고 하는 논리를 받아들이면, 내가 돈을 적게 버는 것은 경쟁에서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개개인 탓으로 돌리게 돼요. 노동자이면서 소비자인 사람들한테 제공되는 교육의 장이 두개의 공간으로 대표될 거예요. 하나는 마켓, 소비를 하는 곳으로 돈의 우월함을 배우는 장이에요. 다른 하나는 경기장, 경쟁의 논리를 교육하는 장소예요. 즐기면서 어렵지 않게 받아들이게 되는 거죠. 어떤 선수는 천문학적인 연봉과 이적료로 명문 클럽으로 이적하 기도 해요. 그사이 자신의 상품 가치를 높인 거죠. 반대로 어떤 선수 는 구단에서 능력이 없다고 쫓겨나기도 해요. 정리..